TV영상제작 추가 설명

TV방송에서 문자발생기의 활용

정구언 교수 2013. 9. 13. 12:58

  컴퓨터 그래픽스는 1944년 하버드 대학과 IBM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Mark 1 이라는 컴퓨터의 태동으로 부터 시작되지만 오늘날 TV방송 콘텐츠 제작에서 컴퓨터 그래픽스의 도입은 그렇게 역사가 길지 않다. 

  나는 1984년 KBS그래픽실의 초창기 책임자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벡터방식의 한글 문자발생기를 KBS기술연구소와 같이 개발하여 TV방송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다. 그 이전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문자발생기를 사용하거나 글자를 직접 쓰거나 식자기(植字機)를 사용했다.

  식자기의 활용방법으로는 과거 신문이나 책을 만들던 방식과 같이 글자를 뽑아 원고대로 맞추어 판(版)을 짜고 스냅사진을 찍어 바탕을 순 black으로 하고 필요한 글자는 흰색(white)으로 인화해서 사용했다. 그렇지 않으면 필름에 글자를 찍어 넣고 검은 판에 투명 글씨로 현상하여 영상하여 특수 카메라로 영상화하고 비디오 스위처에서 internal key 신호방식으로 사용했다.  

또다른 방식은 식자기를 사용해 인화된 글자를 카메라로 받아 영상화하고 이 신호를 Video switcher에서 luminance key 신호를 생성하여 배경영상(background) 위에 합성하는 방식을 취했다.이런 방식을  internal key 신호방식이라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color 식자기가 없어 늘 흑백 글자만 사용됐다. 물론 video switcher의 matte key방식을 활용하여 단일 색상의 컬러글자로 바꾸어 활용할 수 있었지만 너무 단순한 방법이다.

그후 일본 NHK에서 Color Super기를 만들어 다양한 색상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장치를  도입해 글자에 컬러를 입히고 간단한 애니메이션까지 가능하게 됐었다.  이를 기계화 하면서 문자발생기가 탄생했다.

문자는 여러가지 서체(Font)를 가지고 있고, 영자권과 달리 우리는 한글, 한자, 영자 등을 구분하고 있어 알맞게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독성이 좋은 고딕체를 주로 사용했다. 우리보다 앞서 일본 NHK방송연구소에서 제공한 것을 일본의 고화라는 회사가 전자적 식자기 자판을 만들고 스타일러스 펜(stylous pen)으로 필요한 글자를 뽑아(pick up) 글자를 영상화하고, Video Switcher의 Internal luminance key 입력방식으로 배경영상과 합성하는 문자발생기가 사용됐다.

우리도 그 장비에 우리 한글자판을 추가하여 도입해 사용했다. 1984년 경 그 당시 대당 1억 7천만원이란 거액을 지불하고 구입해 썼던 기억이 난다. 제작 속도가 너무 느리고 그 당시 TV뉴스 등에서 사용하는 문자가 많이지면서 완전히 문자발생기만을 활용해 쓸 수 없어 식자기와 더불어 같이 혼용했다. 

  미국은 1964년 LA하계올림픽에서 컴퓨터 그래픽스을 활용하여 혁혁한 생방송을 시작했다. 우리도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심혈을 기울여 한글을 생방송에 활용했지만 독립된 문자발생기를 만들어 쓰지는 못해 많은 애로가 있었다.

 1982년 경부터 컴피스 회사에서 도트 매트릭스(Dot matrix) 방식을 택해 문자발생기를 만들어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점(dot)을 모아 글자가 형성되는 도트 매트릭스(Dot matrix)방식은  이미 만들어저 사용했지만 글자를 마음대로 확대해 쓸 수 없어 늘 새로 제작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영국 퀀텔(Quantel) 회사로부터 2차원 그래픽 장비를 구입해 그림은 영상화할 수 있으나 한글이 없어 늘 식자기의 도움을 받거나 손으로 직접 글자를 써서(hand graphics) 카메라로 글자를 받고 따서 붙이는(Cut & paste up) 방법을 사용하게 되어 불편함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1990년 초에 글자를 확대 축소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벡터(Vector) 방식의 문자발생기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KBS기술연구소와 협력하여 벡터방식의 문자발생기 개발에 착수했고, MBC 기술연구소에서도 우리보다 늦은 시기에 개발에 착수했다. 선진국에서는 문자발생기를 하드웨어로 Workstation급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우리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처음 386 PC급으로 시작했다.

방송용 그래픽카드(TAGA board 채택)를 2장 추가하여 사용했는데 대당 가격이 700만원 정도로 해결됐으나 처음 386 PC의 제작속도가 너무 느려 어려움을 느꼈다. 

  영문은 알파베트 대·소문자 48자를 순차적으로 풀어스는 방식의 조합형이어서 속도에 지장이 없지만 한글은 알파베트가 모여 글자가 완성되는 완성형 글자(약 2,350자)을 택했기 때문에 모두 CPU기억 소자에 글자를 기억시켜 놓고 불러 쓰는 현재의 완성형방식을 택했다. 그럼으로 386 PC급에서 속도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컴퓨터가 486 PC급 이상으로 바뀌면서 속도에 전혀 어려움이 없고, 오히려 한글의 큰 장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막상 문자발생기의 하드웨어(Hardware)는 KBS연구소에서 개발되었으나  운용 프로그램과 벡터방식의 서체을 구할 수 없어 한동안 애로가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벡터방식의 서체가 개발되지 않아 많은 고생을 했다. 모든 신문사를 다 찾았으나 Vector 방식의 서체를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조그만 중소기업인<한강펀트>라는 회사를 만나 vector서체를 구입해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우리나라의 문자발생기는 그 서체를 기본으로 많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 당시 서체는 인쇄를 위한 것이 고 방송용으로 쓰기위해 가로획을 크게하는 프로그램까지 더해 사용되었다.  

  한자의 경우 서체개발이 쉽지 않아일본에서 만든 고딕체, 명조체 각각 한벌씩을 제외하고 알맞은 한자서체를 사용하지 못한다. MBC에 기술적인 제공을 이유로 서체개발을 요구했다. MBC는 후에  "문화체"라는 벡터방식의 한글서체를 직접 만들어 우리도 같이 사용했고, 방송용으로 좋은 서체라고 본다. 지금도 문자발생기에 그 서체가 그대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문자발생기가 workstation급이 아니고 PC급으로 만들고 있는 이유는 처음 시작이 그렇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PC의 성능이 매우 발달돼 있어 문자발생기로서의 손색이 없다. 문자발생기는 영상 콘텐츠의 사전제작에도 많이 사용되지만 생방송에서 원활하게 사용되기 위해 CPU가 2개 있어야 한다.

하나는 제작을 담당하고, 하나는 송출을 담당하도록 시스템이 구성돼야 제작과 송출을 한 번(one touch)으로 넘나들 수 있어 오자(誤字) 탈자(脫字)를 찾게되면 쉽게 수정하여 생방송에 사용할 순발력이 발휘될 수 있다.

이제 PC급에서 여러 개의 CPU를 사용는 시대가 돼 제작과 송출을 순간적으로 바로 바꾸면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됐지만 생각을 넓히지 못하고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어 씁쓸하다.

  디지털시대가 되고, HDTV, UHDTV시대가 되면서 어떤 서체도 쓸 수 있지만 SDTV 시대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서체가 제한을 받았다. 유효주사선이 483 line밖에 안 되어 획이 가는 글씨는 떨리고 빠져 사용하지 못했다.

지금 HDTV는 유효주사선이 1080 line, UHDTV는 2160 Line이나 되어 어떤 서체를 써도 전혀 구애 받지 않게 됐다.